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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후기] 제 두번째 삶의 의미도 사랑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야만 하겠습니다.

관리자 | 2021-09-29 | 조회 899

안녕하세요. KBS 기상캐스터 오수진 아가다입니다.

 

저는 3년 전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두번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생명을 나눔 받았다보니 평생에 걸쳐서 제가 받은 그 도움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명동 밥집 봉사 활동도 선행하며 살아야 한다는 제 강박 같은 것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여건만 되면 어떤 형태로든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김지형 제오르지오 신부님 SNS 계정에서 명동 밥집 봉사 관련 소식을 보게 됐어요. 바쁜 병원 사목 중에도 시간을 쪼개 매주 봉사활동에 꼬박꼬박 참여하시는 열정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따뜻한 밥 한 끼 나눈다니 괜히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죠. 다만 이식 병력으로 인해 면역을 낮게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체력도 약해져있는 터라 민폐가 될까 걱정이 되서 처음에는 선뜻 나서지 못 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요리를 배웠던 요리 선생님 계정에서 또 명동 밥집을 만나게 되었어요. 특히 그 선생님은 다른 종교인 것을 제가 알고 있던지라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다른 종교에도 불구하고 봉사에 참여하게 되신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이렇게 제가 존경하고 애정하는 두 분이 좋아하는 일이니, 저도 걱정만 하지 말고 부딪쳐보자며 용기도 생겼죠.

 

그렇게 봉사 활동에 참여한지 이제 한 달 되었네요. 처음 방문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는 시스템에 놀랐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방문해 식사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대하기에 어렵거나 무서울 것 같다는 근거없는 생각들도 있었고 아무 것도 없이 길 위에서 밥을 퍼주는 모습을 막연하게 상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경험해보니 잘 갖춰진 공간과 배려된 동선 같은 것에서 이미 잘 잡혀져 있는 질서가 느껴졌고 봉사자나 식사하는 분들 모두 불편함 없이 운영되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좋은 뜻을 나눴던 많은 분들이 운영과 관련하여 만난 여러 장애를 해결하고 또 시행착오를 겪어 온 결과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봉사 활동 전에 걱정하던 것과 달리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체력과 능력이 부족해서 걱정이었는데,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물론 체력적으로 조금 고될 때도 있긴 합니다. 쉬지 않고 서 있는 것만 해도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허리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요. 하지만 그러고 나면 더 뿌듯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뭔가  ‘열심히, 충분히 잘 살았다.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마음이랄까요? 열심히 잘 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어지고요.

 

노동 후 명동 밥집에서 먹는 밥 한 끼도 그렇게 맛있습니다. 이미 훌륭하게 만들어진 한 끼인데, 노동 후 먹으니 더 맛있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져서 최고로 맛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워주는 밥이니 맛있을 수 밖에 없겠죠? 최근 입맛이 없다고 했던게 무색할 정도로 항상 갈 때마다 행복하게 한 끼 먹습니다.

 

지난 주에는 방문하신 어떤 어르신께서 ‘건강하세요. 건강하셔서 오래 오래 같이 이런 좋은 일 해주세요.’ 라고 말씀하셨어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건강하라는 다른 어떤 덕담보다도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래 맞네. 나 건강해야지. 다 서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건데, 이렇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는 이 활동이 세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잘 하고 있는건지, 맞게 가고 있는건지 문득 걱정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 왜 내가 소중한 심장을 받아버렸는지, 이 도움을 어떻게 소화해야하는 건지 아직도 고민입니다. 다만 제가 받게 된 것은 단순히 장기로서의 심장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압니다. 기증자께서 단순히 장기를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랑을 베푸신 걸테니까요. 그렇다면 제 두번째 삶의 의미도 사랑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야만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 따뜻한 밥 한끼 먹게 되니, 이것은 연쇄적인 사랑의 시작으로서 좋은 출발이겠죠. 그렇게 저는 오늘도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명동 밥집을 찾습니다. 모두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모여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오늘도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