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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후기

관리자 | 2024-01-05 | 조회 1717

명동밥집의 사람들

 

서울대교구 박준호 사도요한 신학생

 

국내 실습을 시작하기 전, 2학년을 마치거나 군대를 전역한 신학생들이 함께 모여 국내 실습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4개월 동안 어디서 실습을 할지 고민하던 중, 명동밥집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1학년 겨울방학 중, 배가 고프다며 본당에 찾아온 노숙인에게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쥐어드리며 보냈던 기억이 저를 명동밥집으로 가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서 그때 느꼈던 마음의 빚을 갚으라고, 가서 가난한 사람들 안에 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오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1학년 때 만났던 노숙인의 모습은 밥집에 오시는 손님분들 중 일부였습니다. 제 생각과 달랐던 손님들의 모습에 저는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봉사자분들은 따스한 말 한마디와 웃는 얼굴로 봉사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 그동안 저 스스로 제 생각 안에 사람들을 가두어 놓고 있었고, 제멋대로 판단했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봉사자분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신학생으로서 정해진 커리큘럼의 한 부분으로 실습 기간을 갖는 저에게 명동밥집은 즐겁던 힘들던 몸담고 있어야 하는 실습지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그 이유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손님분들이 해주시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저를 움직이게 해주었고, 작은 것 하나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또한 행복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밥집에서 저의 생각은 어느덧 손님분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출근하면서 상설 고해소 앞 철문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못했고, 자주 오시던 분이 안 보이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셨나?’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밥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는 제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고 조금 더 손님분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명동밥집은 정말 저에게 과 같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끝으로 지난 4개월 동안 명동밥집에서 만났던 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습 초반 제가 아직 미숙할 때 많이 도와주셨던 분들, 자발적으로 오셨던 청년분들, 주일학교 교사들과 신부님과 함께 온 청소년들 그리고 특히 항상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해주신 모든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봉사자분들 안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느꼈고, 그분들을 통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봉사분들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내실 수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챙겨주시고 아껴주신 백광진 신부님, 국장님, 팀장님, 조리실장님께 감사드리고 함께 해준 이현수 스테파노 신학생, 임지환 베드로 신학생 그리고 자발적으로 명동밥집에 봉사하러 와주신 형제 동기, 선후배 학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마태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