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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자 후기

관리자 | 2023-12-01 | 조회 566

비둘기가 사라졌다

- ‘밥집의 무서움, ‘밥집의 고마움

김재홍 사도 요한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봉사를 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행동하는 봉사자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밥집의 보이지 않는 작은 봉사자로 마음을 다하여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그 속에서 신앙인으로서 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상상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날은 배식조 밥 당장 뒤에서 밥솥을 긁고 있었습니다. 밥 담당에게 밥솥을 갖다 주고나면 되나오는 빈 밥솥을 주방에 넘겨야 하는데, 이때 최대한 밥풀을 긁어모아 한 톨이라도 버려지지 않게 하고 설거지도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물을 조금 부어서 박박 긁어냅니다. 그렇게 끝까지 챙긴 다음 남은 부스러기를 밥집옆 운동장에 던졌습니다. 비둘기에게 주는 것이 음식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정말 순식간에 비둘기 수십 마리가 모였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V자 대형을 그리며 비행하듯, ‘밥집옆 운동장의 비둘기들은 밥풀이 떨어진 모양을 따라 줄을 섰습니다.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비둘기의 관제탑도 결국 밥풀이었습니다. 밥풀의 처리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비둘기의 수와 밥풀의 양이라는 함수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비둘기들은 언제나 초고속으로 먹어치웠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일렬로 선 비둘기들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밥풀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 멀리 운동장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렸습니다. 비둘기도 사람도 밥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그 순간, 들려서는 안 되는 날카로운 소리였습니다. 밥집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야 오던 한 남성이 어떤 여성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날린 것이었습니다.

짙은 선글라스에 중절모를 쓴 과묵한 형님같던 그가 왜? ‘밥집을 이용하며 한두 번쯤은 서로 마주쳤을 수도 있는 여성을 주먹으로, ? 경찰차가 오고 두 경관이 두리번거리며 운동장을 걸어오는 사이 비둘기가 사라졌습니다.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은 안 그래도 더운 한여름 밥집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밥집에는 그런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까지 봉사하는 동안 그날 이외에는 작은 다툼도 본 적이 없습니다. 외려 봉사자들에게 잘 먹고 갑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하는 고객들이 훨씬 많습니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모든 면에서 꼭 저의 가족과 같은 분들이 밥집을 찾아옵니다.

단지 그날의 일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이 없던 저의 잠재의식을 일깨운 일종의 기억의 방아쇠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끝내 참지 못하고 시()를 적었습니다. 현재주의자를 자호하는 시인으로서 비둘기가 사라졌다며 사실대로 기록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시가 저에게 온 셈입니다. 계속해서 시는 저를 불렀습니다. 지금껏 모두 열네 편에 이르는 시가 저에게 왔습니다. 짧은 봉사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작품이 저에게 주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끄럽기만 합니다.

제가 속한 짝수 주 일요일 오후조만 하더라도 매번 50여 명 가까운 봉사자들이 참여합니다. ‘밥집이 문을 여는 수, , 일요일에 걸쳐 오전/오후조로 나뉜다면 거의 300여 명의 봉사자가 매주 활동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래알 같이 작디작은 제가 시니 뭐니 운운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며, 이런 소감문을 적는 것은 더욱 부끄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손님이 있는 한 마음을 다해 밥집종업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용기를 내었습니다.

저는 모릅니다. 그가 왜 주먹질을 했으며, 그 여성은 그날 어떻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밥집의 고객입니다. 일하다 보면 종종 봅니다. ‘밥집의 진짜 꿈은 밥집 문을 닫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들은 아직 고객입니다. 두 사람도 밥집에서 사라지고, 다른 많은 고객들도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홀몸노인, 노숙인들이 모두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더는 밥집이 따로 만들어질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