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후원하기 봉사신청
밥집소식
밥집이야기

봉사자 후기

관리자 | 2022-11-04 | 조회 340

우연히, 약간은 떠밀려 큰 생각없이 시작했던 명동 밥집 봉사가 어느덧 일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봉사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면 몸이나 마음, 혹은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경우일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이었던 나에게 봉사활동은 스스로를 조금은 바빠 보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곤 했다.

꾸준히 봉사를 다닌다고 하면 대단하다 해주는 주변의 칭찬도 듣기 싫지 않았다.

하지만 명동 밥집에서 사계절을 보낸 후인 요 즈음, 그런 주변의 시선을 제외하고라도 봉사라는 행위의 가장 큰 보상이 나 자신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천막을 설치하고 불을 지펴 음식을 하고 찾아오는 수백명의 손님들을 안내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식사가 끝나면 자리를 정돈하고, 식기를 치우고, 또 반복한다.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공통의 미션이자 즐거움, 먹는다는 것.

때로는 먹을 것이 너무 넘쳐나 그 이상의 행위가 되고 있는 듯한 요즘 세상에서 밥을 굶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의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는 일이기에,

먹을 것을 나누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되었을 것이고,

그 마음에 공감하는 이들의 참여가 꾸준히 더해져 지금 명동 밥집은 규모도 있고 시스템도 잘 자리 잡힌 노숙인 밥집이 되었다.

날씨가 선선한 날은 밥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 오늘은 할만하다! 더울 때, 추울 때, 혹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고되겠다는 생각에 귀찮은 마음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날씨의 시험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끼니를 위해 누군가가 밥집으로 걸음을 향하고 있을 사실을 떠올리면 나의 발걸음 역시 바빠진다.

그 한끼를 나눌 때, 그 누군가가 밥 한술 국 한술 씩 만족스럽게 식판을 비워내고 돌아서는 모습을 볼 때, 나의 어딘가도 같이 채워진 느낌이 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 한번의 배고픔을 채워드렸을 뿐이지만 오늘의 걱정 하나 덜었으리라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다른 봉사자들도 아마 나와 같은 마음에 꾸준히 밥집에 도장을 찍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주로 맡게 되는 역할들이 있지만 가끔 다른 위치에서 일해보면 모든 역할이 꼭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한 명 한 명의 봉사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마침내 한 분의 손님 앞에 식사가 놓일 때, 선한 마음이 이루어낼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작지 않은 규모인데 차질없이 돌아가게 지휘하는 여러 분의 노고에도 항상 감탄한다.

모두가 묵묵히 노력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주는 기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주도 그 마음에 위안을 받으러 명동 밥집으로 향해 본다.

 


이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