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스타그램 후원하기 봉사신청
밥집소식
밥집이야기

[봉사자후기]그렇게 시작한 봉사는 ‘보속’ 이 아니라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 이였습니다.

관리자 | 2022-03-31 | 조회 353

이혜진 글라라


 명동밥집에서 봉사를 시작한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 여느 때  같으면 공휴일이니 늦잠을 자고 일어나 가족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겠지만, 남편과 아이에게 다녀와서 맛있는 거 해주마 약속하고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시작한 봉사는 수백 개의 스테인리스 식판과 국그릇, 수저들을 애벌 세척하고 식기세척기에 넣었다가 꺼내 정리하는 설거지 조였습니다. 현장 배식도 첫날, 봉사자들도 첫날이라 다들 우왕좌왕, 여기저기서 “(조리)실장님~”, “신부님~”을 부르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와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안경알을 뿌옇게 만드는 스팀 열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5월인데도 땀으로 샤워한 듯했고 양손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덜덜 떨리고…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람된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뿌듯함에 지하 주방에서 올라와 쐬는 바람이 너무도 상쾌했습니다. 


 오후조와 교대를 하고 나서야 천막에서 식사하시는 분들과 또 스탠드 쪽에서 기다리시는 손님들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언제 머리를 감았는지도 모를 덥수룩한 머리와 건강이 좋지 않아 신발을 못 신을 정도로 발이 퉁퉁 부어 있던 분, 한 끼 드시기 위해 편찮은 다리로 명동성당 계단을 힘겹게 올라오신 홀몸 어르신들, 큰아들 또래쯤 되어 보여 더 눈길이 갔던 핏기 하나 없이 깡마른 체구의 청년. 어떠한 사연이 있는 걸까… 잠시였지만 생기를 잃은 어두운 표정의 눈빛에서 경계와 의심, 외로움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그동안 그들에게 무관심했던 아니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전철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슬그머니 몸을 돌려 외면했던 그런 저 자신이 떠올라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래서 격주 1회 신청한 봉사를 매주 1회 봉사로 늘려 저의 보속으로 삼아 봉사하자 마음먹고 11개월째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는 ‘보속’ 이 아니라 주님께서 저에게 주신 또 하나의 ’선물’ 이였습니다. 현장 배식을 시작한 초반에는 가끔 시비를 거시는 손님들로 약간의 소란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하지요? 지금은 손님들이 질서도 잘 지키시고, 봉사자들의 친절하고 애정 어린 인사에 손님들이 감사 인사로 화답하시고, 봉사자님들이 이렇게 애써줘서 너무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는 힘이 불끈 솟아납니다. 또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른 형제자매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사랑을 나누고 서로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며 성령께서 함께하심을 느낍니다. 거리의 예수님께 내 일상의 작은 한 켠을 내어드리고 받는 더 큰 사랑과 겸손, 나눔의 기쁨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께서 바라시는 것처럼 앞으로 굶주리는 이웃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명동밥집 같은 곳이 필요 없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도하지만, 이곳이 운영되는 동안만큼은 어디서도 환영해 주지 않는 이분들을 우리의 귀한 손님으로 모시고 정성껏 차린 맛 난 음식, 마음 편히 드시고 가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마태 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