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을 총괄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장 김정환 신부는 “가난한 이들이 편하게 찾아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 명동에 생긴 것”이라며 “명동밥집은 한국교회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표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22일 개소한 명동밥집은 네 글자에도 드러나듯, 역사적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품어주는 안식처였던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안쪽 옛 계성여중고 자리에 마련됐다. 서울역과 을지로, 남대문, 종로 등에 있는 노숙인과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탑골공원 어르신 등이 성당 앞마당을 지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다.
무료급식소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올해 신년메시지에서 강조한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사랑과 배려’와 맞닿아 있는 사목이다. 김 신부는 “추기경님이 지난해 사제평의회에서 현재 상황에 맞는 사목으로 변해야 하며, 새로운 사목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하셨다”며 “명동밥집은 30여 년 전 그리스도의 성체성사 정신으로 설립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하 본부)의 정체성 실현이자 소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 본부는 가난한 이들이 처한 혹독한 현실을 마주했다. 자연스레 요즘 같은 시대에 밥을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배불리 밥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료급식소를 추진하게 됐다.
앞서 본부는 9월부터 12월까지 명동을 비롯해 을지로와 시청, 종각, 남대문 일대 거리로 나가 노숙인들에게 야간 간식 나눔 활동을 진행했다. 김 신부는 얼마 전 남대문 지하보도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할머니 한 분이 건넨 인사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가 도시락 배식이 끝난 뒤에 저를 찾아오셔서 명동밥집은 가톨릭의 커다란 축복이라고 하셨어요. 또 무료급식이 오래 이어져 큰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하고있는 일을 하느님께서 보시고 정말 뿌듯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김 신부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기금과 물품을 보내 주셨다”며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후원 등 여러분 모두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명동밥집은 보조금 없이 순수하게 후원금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면 누구나 본부 홈페이지(obos.or.kr)나 전화(02-774-3488)로 후원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